키스는 자기를 앞질러 가는 아이들을 좇으려는 투지도 없이 트랙을 따라 기계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된 간이 천막 아래로 많은 이들의 시선이 날아와 꽂혔다. 그러나 속도만으로 승부를 내는 경주가 아니었으므로, 훈련의 일종으로 운동장을 도는 것보다는 되려 부담이 덜했다. 훈련이었다면, 하위 세 명은 어김없이 운동장 세 바퀴를 추가로 돌아야 했을 터다. 팀 점수가 걸려있기는 했으나, 어차피 같이 출전하는 사람 중에도 같은 팀인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먼저 골인해서 점수를 얻어준다면, 키스가 가장 늦게 골인하더라도 점수에는 영향이 없으니 아무도 키스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훈련하던 때처럼 키스 본인에게 주어지는 불이익도 없었다. 키스는 여유롭게 달리면서 함성을 들었다. 키스에게는 ..
*마지막 문장에 다음 편 링크가 걸려있습니다. “제자리에 준비~” 곧 터져 나올 총성을 지레 상상하고 키스는 벌써 인상을 찡그렸다. 체육대회라고 몸소 나서 땀을 흘릴 생각은 없었는데.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키스는 전혀 들뜨지 않았다. 하루 치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은 썩 나쁘지 않은 듯했으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세워진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종목에 참가’라는 조건을 요령 좋게 피할 궁리로 머리가 소란스러웠다. 사실 궁리랄 것까지도 없었다. 순수한 실력을 보여서 선수로 발탁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예선 경기를 무성의하게 달리는 것이 키스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이었다. 보는 사람까지 의욕이 떨어지는 걸음걸이로 운동장을 서성인 덕분에 키스의 농땡이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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