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의 디노는 때때로 시간의 교차점을 횡단했던 열여덟 살의 여름을 떠올리곤 한다. * 디노는 덜컹거리는 창가에 머리를 기댔다. 어둠이 내려앉아 한적한 거리가, 리니어가 나아가는 방향과는 반대쪽으로 휙휙 지나쳐갔다. 좌석 위에 위치한 짐칸에는 짐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전부 디노가 들고 내릴 몫이었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양팔 가득 들고 오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부피가 되어 있는 것도 예년과 같았다. 다만, 이례적으로 방학 내내 자리를 비웠던 이번 귀가 선물에 특히나 힘을 준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올해는 시골에 다녀왔던 게 아니기 때문에 할머니가 구워주신 쿠키도 가져오지 못했으니까. 그렇다고 오랫동안 부재였는데 빈손..
쓰면서 들은 곡 https://www.youtube.com/watch?v=ArQvRDWulns 스물네 살의 키스는 때때로 잃어버린 기억의 흔적을 좇던 열여덟 살 디노의 옆얼굴을 떠올리곤 한다. * 샤워를 마친 키스는 침대에 걸터앉아 수건으로 머리에 남은 물기를 성의 없이 털어냈다. 침대 시트에 부슬비 같은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서늘한 밤바람은 목덜미를 훑었다. 이번 여름방학 내내 디노는 방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가족이 있는 브래드와 디노가 연휴를 틈타 본가에 돌아가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었지만, 일주일 이상 기숙사를 비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브래드는 기숙사를 떠났고, 그로부터 나흘이 지나는 내일은 디노가 기숙사를 나간다. 브래드는 금방 돌아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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