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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는 자기를 앞질러 가는 아이들을 좇으려는 투지도 없이 트랙을 따라 기계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된 간이 천막 아래로 많은 이들의 시선이 날아와 꽂혔다. 그러나 속도만으로 승부를 내는 경주가 아니었으므로, 훈련의 일종으로 운동장을 도는 것보다는 되려 부담이 덜했다. 훈련이었다면, 하위 세 명은 어김없이 운동장 세 바퀴를 추가로 돌아야 했을 터다.

 

 


   팀 점수가 걸려있기는 했으나, 어차피 같이 출전하는 사람 중에도 같은 팀인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먼저 골인해서 점수를 얻어준다면, 키스가 가장 늦게 골인하더라도 점수에는 영향이 없으니 아무도 키스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훈련하던 때처럼 키스 본인에게 주어지는 불이익도 없었다. 키스는 여유롭게 달리면서 함성을 들었다.

 

 


   키스에게는 그저 소음에 지나지 않는 외침들 속에서, 귀에 바로 꽂히는 선명한 목소리가 한 줄기 있었다.

 



   “고! 고! 키스~!”

 



   누군가의 기대를 등에 지고 달린다는 것, 그것은 부담 이상으로 짜릿한 감각이었다.

   자기를 기어이 운동장으로 내몰았던 디노의 목소리가 얄미웠지만,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기운차게 등을 떠밀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빠르게 달려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키스는 속도를 내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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