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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키스] 네가 있는 우주

알잉뽀 2021. 7. 31. 01:33

트친분들 썰에 숟질함
분말님 공사님 빵님 감사합니다

디노가 바닷가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꿈을 꾸는 거 보고 싶다.
이게 뭐냐면 어제 빵님 분말님 공사님이 풀어주신 디노키스 썰에 숟가락 얹는 건데 처음부터 쓰자니 너무 길음.
가좍분들이 풀어주신 얘기는 우주인 키스가 우주여행을 하다가 외계인 디노를 만나는 내용이었답니다.
디노가 사는 행성에는 바다가 없었기 때문에 디노는 키스가 들려주는 지구의 바다 이야기를 흥미로워하고, 나중에 같이 지구에서 바다를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누고.
그리고 나중에 지구로 돌아온 키스는 계속 디노를 그리워하지만 다시 만나러 갈 방법은 없고
그러다가 바닷가에서 디노와 꼭 닮은 인간을 만난다는 이야기였어요.
(여러모로 생략된 부분이 많음! 진짜 개쩌는 얘기인데 누가 자세히 풀어주세요)

아무튼 꿈속에서 잔물결에 달빛 별빛이 반사되어서 아주 근사한 밤바다 풍경과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한 디노.
디노는 모처럼 예쁜 밤바다인데 그런 절경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그가 신경 쓰여서 다가감.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모래사장에 앉아있던 건 키스였던 것.
키스의 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고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음.
누구를 기다리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듦과 동시에, 디노는 자기가 키스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가자는 약속을 했던 것 같은 기분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데도 키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우리는 같이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었구나,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그래서 고개를 숙인 키스를 부르기 위해 디노가 손을 뻗는 장면에서 꿈은 끝이 남.

일어나보니 평소와 같이 택배 상자로 어질러진 자기 방이 있고
책장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 방에는 키스의 방이 있고
거기서 키스는 쿨쿨 잘만 자고 있었음.

하지만 꿈이 기억에 남은 디노는 키스가 일어나자마자 쉬는 날에 같이 바다를 보러 가자고 제안함.
키스에게 꿈에서 봤던 장면들을 묘사해주면서, 키스랑 같이 바다에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하는 디노.

평소 같으면 그게 무슨 꿈이냐고 모처럼의 쉬는 날에 멀리까지 나가야 하냐고 했을 키스이지만, 그 얘기를 듣고 나서는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숨 쉬면서 잠깐만이다, 하고 휴일을 디노와 함께하기로 함.

이왕 잠깐 보고 올 거라면 전날 밤에 가서 해가 뜨는 걸 보고 돌아오자고 하는 디노.
키스는 바다까지는 같이 가주더라도 일찍 일어나는 건 절대 사양이라고 하지만... 디노는 밤바다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1박하고 오기에는 히어로라는 직업상 둘이 동시에 휴가를 신청하지 않는 한 조금 무리가 있었음.
그러니까 아예 밤에 가서 밤바다에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돌아오자는 작전.

어렵사리 키스의 동의를 얻고, 둘이 같이 쉬기 전날에 업무 끝나자마자 밤 전철을 타고 바다로 향함.

차내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아직 꺼지지 않은 도시의 불들이 별보다 환하게 빛나서 밤하늘은 하나도 구경할 수가 없을 듯.
그래도 이건 이것 나름의 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디노.
이 시간에 외출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우주선에 탄 것 같다고 조금 들떠있음.
이렇게 환한 우주가 어디 있냐며 디노랑 바깥을 쳐다보던 키스는 이내 의자를 기울여서 쪽잠을 청하고, 디노도 도착할 때까지 잠깐 눈을 붙이기로 함.

그리고 바다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아주 캄캄한 상태였으면 좋겠다.
해가 뜨려면 제법 기다려야 할 것 같았음.

도시에서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이 시간에 바다를 찾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아까 창밖으로 봤던 풍경이 오히려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로 깨끗하게 하늘이 보였음.

둘은 딱히 묵을 곳도 없이 모래사장에 철푸덕 주저앉았음.
잔잔한 밤바다가 별빛을 받아 반짝반짝. 총총 박힌 별을 올려다보는 디노의 눈이 반짝반짝.
그런 디노를 슬쩍 쳐다보고 디노를 따라 하늘로 시선을 옮기는 키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밤바다는 무척 고요했고, 하늘도 바다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키스는 둘이서만 덩그러니 우주에 놓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런 낯부끄러운 표현이 어디서 나왔나 싶어져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음. 러브 앤드 피스 성인한테 세뇌라도 당했나보다 하면서.

둘이 답지 않게 감상에 젖어 있다가, 디노가 얼마 안 가서 배고파졌다고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버리는 바람에 무드는 금방 깨짐.

그때부터는 둘이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평소와 같은 분위기로 잡담을 나누는데 둘 다 피곤해서 목소리가 점점 잠겨갈 듯.

그리고 해가 떠오르면서 점점 밝아올 때, 디노가 자리에서 기운차게 다시 일어남.
별들이 하나둘 태양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모습을 감추고, 바다에도 하늘에도 조금씩 어둠이 걷혀감.

디노는 순수하게 감동한 목소리로
아까까지는 키스랑 단둘이 우주에 떨어진 것 같았는데, 이제야 지구에 돌아온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디노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역시 내가 러브 앤드 피스 성인에게 세뇌당한 게 맞구나 싶어지는 키스.

그렇게 일출을 구경하고 돌아가는 것이에요.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꿀잠 잘 듯.
정말 그걸로 끝.
이미 둘은 지구에 같이 있으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둘은 행복해져서 뭔가 더 구경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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