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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키스] 봄을 기다리며

알잉뽀 2021. 7. 31. 01:31

디키 동물화 AU/ 겨울잠 자는 너구리랑 봄을 기다리는 늑대

날씨는 갈수록 쌀쌀해지고 키스는 동면을 준비하려는 듯이 먹는 양이 엄청 늘어남. 매년 겪는 일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약간 울적해지는 디노. 키스는 잠이 들 뿐이라 자는 동안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진 않지만, 매년 겨울 디노가 외로워할까봐 걱정돼서 키스는 키스 나름 심란한 상태.

그런 심란한 마음과는 달리 머리가 점점 몽롱해져서 오늘 저녁이 올해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가 될 것 같다고 말하는 키스. 잔뜩 먹어둬야 하니까 디노도 키스 입맛 떨어지지 않게(ㅠㅠ) 힘내서 같이 많이많이 먹어요.

키스는 이제 졸음 못 참겠다고 슬슬 침대에 눕고, 디노는 키스 병간호 하는 것마냥 침대 옆에 의자 갖다놓고 앉아가지고 침울해져 있음. 키스가 장난스럽게 ‘야야, 누가 보면 나 죽는 줄 알겠다.’ 하니까 히잉~ 하고 꾸깃하게 웃는 디노.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어.

키스 옆에서 손 꼭 잡고 조잘조잘 얘기하다가 키스가 말 없어지면 ‘키스, 자?’ 하고 1분에 한 번은 확인할 듯. 졸린 목소리로 ‘안 잔다, 안 자.’ 하는 거 듣고 디노는 점점 말이 빨라짐. 매일 같이 얘기하는 시간이 잔뜩 있었는데도 막상 몇 달 동안 얘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키스 깨어있을 때 전해야지 싶은 말이 너무 많았음. 왜 매일 얼굴 마주하고 사는데도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걸까.

디노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법. 키스는 결국 어느 순간부터 디노의 재잘거림에 대답을 하지 않게 되었고, 디노도 잡고 있던 키스 손에 힘이 빠진 걸 느꼈음. 손은 놓지 않은 채로 디노는 기도라도 하듯이 키스의 침대에 얼굴을 묻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림. 차라리 나도 겨울잠을 자면 좋을 텐데….

그러다가 조만간 디노는 현실을 받아들인 듯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키스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뺨에 살짝 입을 맞춤. 어차피 디노도 곧 잘 시간이기도 하니까 이참에 디노는 키스 옆자리로 파고 들어서 누웠음. 꽉 끌어안아보니까 키스의 심장은 여전히 열심히 뛰고 있었고, 당연히 몸도 따끈따끈함. 그렇게 키스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더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밤 같았겠죠. 그래서 더더욱 날이 밝으면 키스가 부스스 일어나서 같이 아침을 먹어줄 것 같았고, 오후에는 같이 키스가 먹을 열매를 따러 가야 할 것 같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더니 꿈에 키스가 나온 디노. 너무나도 평소와 같은 일상이라 꿈인 줄도 모를 것 같음 아침에 일어나서 키스를 흔들어 깨우고, 그러면 눈을 뜬 키스가 나른한 목소리로 왜 벌써 깨우냐고 불평하면서도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일찍 나가자'는 디노의 말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주는 그런 꿈.
그리고 꿈에서 깨어날 즈음에 디노는 그제야 막연히 이거 꿈이구나 깨닫는 것이죠.

디노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환상에서 결국 깨어나 버렸고, 현실로 돌아와보니 여전히 키스는 디노 옆에서 쿨쿨 자고 있었음. 키스가 잠든 지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고, 오늘따라 집안이 더욱 고요하게 느껴짐.

키스가 깨어났을 때 건강한 얼굴로 맞이해줘야 하니까, 외롭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다가 비실비실해지면 일어난 키스가 속상해하니까 디노는 밥을 열심히 챙겨 먹으려고 노력함. 그렇게 몇날며칠을 견디다보면, 두 사람이 사는 숲에도 첫눈이 내리겠죠.

눈이 오면 사냥감을 구하기 더 어려워지지만 디노는 눈이 싫지는 않았음. 눈 내리는 풍경이 예뻤고, 눈을 밟는 소리가 경쾌했으니까. 다만 그것을 키스와 함께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매년 겨울마다 아쉬움으로 남아 디노 가슴에 눈처럼 쌓이고 있었음.

눈이 내리는 걸 멍하니 쳐다보면서 언젠가 키스랑 같이 눈을 밟아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는 디노.
디노의 상상 속 키스는 눈을 처음 밟아보고는 차갑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음. 눈을 보고 들뜬 디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면서도, 처음 보는 눈내리는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키스와 그런 키스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디노. 그저 그런 별것아닌 상상만으로도 벌써 웃음이 나와서 디노는, 울적하던 마음을 조금은 걷어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디노는 봄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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