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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키스] Dear…

알잉뽀 2022. 6. 27. 13:50

 

 

디노키스 아카데미 시절 딱 사흘 정도만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썰.

 


어느 날 키스에게 대뜸 요즘 무슨 알바 하느냐고 물어보는 디노. 키스는 요즘 백화점에 딸린 소품샵에서 단기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함.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는가 했더니 디노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다고 하는데!?
알바 경력도 없는 애가 갑자기? 그러고 보니 얘 홈쇼핑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하면서 기억을 더듬는 키스. 과소비 끝에 기어이 용돈이 바닥난 거냐고 제법 심각하게 물어보는데 디노가 고개를 저음. 

그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

본가에서 지낼 때는 기념일마다 함께 피자를 구워 먹으며 축하해 드렸지만 지금은 그러질 못하니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함. 하지만 용돈을 받아 쓰는 입장이다 보니 용돈으로 선물을 사는 건 뭔가 부끄러워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고.


소품샵 알바를 시작하기 전키스는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 중이었음. 본래는 백화점 푸드홀에서 주방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인연이 닿아 같은 백화점의 소품샵에서 다시 일하게 된 것.
키스는 여태껏 빡세게 일한 덕분에 지금 당장 돈이 급하지는 않았고 소품샵에서 일할 직원이 구해질 때까지만 일해주기로 약속한 상태.
하여튼 사람을 구하는 중이니 디노가 들어와 주면 럭키였지만, 디노는 선물 살 돈만 벌면 되니 사흘 정도만 일하고 싶다고 함.
디노의 세상 물정 모르는 발언에 세상 일이 그렇게 편하게 굴러가면 얼마나 좋아~ 하는 마음이 드는 키스. 동시에 이 녀석 진짜 괜찮은 건가? 하고 벌써 걱정이 되기 시작함.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스는 오케이를 합니다. 점원 한 명이면 되는 조그만 가게여서 디노가 거기서 일을 해준다면 디노가 일하는 동안 키스는 일을 안 해도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돈도 안 급하니 사흘이라도 대신 뛰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지 뭐. 그리고 결정적으로 알바 한 번도 안 해본 디노가 괜히 이상한 곳 기웃대는 걸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느니 신뢰가 가는 알바처에 맡기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 키스가 거절해봐야 디노는 다른 알바를 찾으러 나설 게 뻔했으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바 첫날 금요일! 둘은 수업을 마치고 소품샵을 찾아감. 어른에게 깍듯하고 성격도 밝은 디노는 첫인상부터 사장님 마음에 쏙 들어버려서 무사히 소품샵에서 단기알바를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경력은 없지만 가게도 작고 손님도 적고 업무도 물건 정리하고 계산하는 정도가 끝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첫 알바로 딱 좋은 일이었음.
가게 특성상 물건 안 사고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도 많고 마감 때는 사장님이 와서 보실 거라 사흘만 일하는 디노에게는 물건 계산하는 법 정도만 간단히 알려주기로 함. 인수인계는 물론 실무자인 키스가. 돈 관련 외에는 세세하게 가르칠 필요 없다고 하셔서 정말로 대충만 가르쳐주는 키스.


이게 학업과 관련된 거였다면 더 제대로 가르치라고 불평했을 디노였지만, 첫 알바라 아는 것도 없고 가뜩이나 믿을 거라곤 일을 가르쳐주는 키스밖에 없었기 때문에 눈을 반짝이면서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들음. 마침 손님이 물건을 사준 덕분에 키스의 계산 시범까지 볼 수 있었음.
딱히 친절하지도 억지로 웃어주지도 않지만, 봉투 10원인데 필요하세요? 포인트 적립하세요? 영수증 드릴까요? 같은 멘트를 빼먹지 않음. (멘트가 묘하게 K패치돼서 죄송합니다) 심지어 빠른 속도로 야무지게 계산을 마치는 키스를 옆에서 보고 자기도 모르게 오오-! 하고 감탄하는 디노.


다음에 물건 사는 사람 있으면 그땐 네가 직접 해봐
응!!


디노는 기운차게 대답해놓고 키스 옆에서 포스기랑 눈싸움을 하며 중얼거리기 시작함.


봉투랑 포인트 적립이랑? 영수증이랑? 현금카드결제 취소??


저거 어쩌냐 싶은 마음과 쟤 성격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키스.
그러던 와중에 물건 계산하러 온 손님 등장!
키스가 알려준 대로 물건을 천천히 계산하고 정해진 멘트를 말하고 멋지게 영수증까지 뽑아냄. 
도중에 손가락이 살짝 헤맸지만 웃는 얼굴로 감사합니다 까지 완벽!
계산 방법이야 그게 그거니까. 한 번 잘했으면 어지간한 변수가 있지 않고서야 계속 문제가 없을 것임. 바쁜 것도 아니니 헷갈려도 느긋하게 하면 되는 일이고. 그래도 첫날부터 알바생 혼자 두는 건 비인간적인(?) 대우이기 때문에 첫날은 키스가 내내 옆에서 같이 일을 봐주었음.


그렇게 살짝 긴장한 상태로 첫날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날부턴 사장님이 근처 다른 가게에 계실 예정이라 부르면 바로 대응할 수 있어서 키스는 나오지 않아도 괜찮았음. 게다가 토요일이니 그냥 기숙사에서 푹 쉬고 있으면 됐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품샵에 도착해있는 키스.


어제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아직 일이 완벽하지 않은 디노를 혼자 두긴 역시 마음이 좀 불편했던 것임. 하지만 그걸 티를 내긴 또 부끄러워서 후드를 푹 눌러쓰고 디노의 어서오세요~^^ 를 피하고자 계산대에 손님이 서 있는 틈을 타 들어왔음. 


그리고 디노의 눈을 피해 그닥 관심도 없는 스티커와 다이어리 앞을 서성이던 키스는

옆에 서 있던 손님이 진열대에 꽂혀있던 펜을 그대로 가방에 집어넣는 모습을 목격해버렸다. 너무 떳떳한 절도에 잠깐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던 키스는 그놈이 가게를 나서기 전에 붙잡아서 작은 목소리로 말함.
펜 가방에 넣는 거 다 봤으니까 그거 돌려놓고 가라고. 절도범은 순간 움찔하는 듯했으나 후드 아래의 키스 얼굴을 보고 코웃음을 침.


뭐야 이거, 누군가 했더니 키스 맥스 아니야?


이제 와서 보니 절도범은 아카데미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듯한 얼굴이었음.
복도에서 본 적 있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수준인지라 이름까진 모르겠지만, 상대방은 키스를 알고 있는 듯했음. 키스의 나쁜 소문은 하루아침에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마 키스같이 위험한 소문이 도는 애한테 절도행위를 지적받은 게 웃겼던 거겠지.

코웃음의 의미를 알아챈 키스는 주먹이라도 들어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고 말을 덧붙임. 히어로 하겠다는 새끼가 좀도둑질이나 하는 게 쪽팔리지도 않느냐고. 


도발에 넘어갔는지 절도범의 표정에 웃음기가 가시고 표정이 험악해지는 순간!!


계산대에 있던 디노가 달려옴.
절도범은 디노 얼굴을 보자 아차 싶었는지 펜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가게를 나감. 키스가 하는 말은 교사들의 신뢰를 사지 못하지만 디노가 자길 교사들한테 일러바치면 골치 아파지니까. 

디노는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타이밍을 놓치고계산해달라는 손님이 와서 카운터로 돌아감.
디노는 손님 앞에서 웃으려고는 했지만 슬픈 기색을 숨기지 못함. 키스는 바른말을 했는데 왜 비웃음을 사야 했을까. 그런 걸 곱씹고 있자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음. 동시에 키스에게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계산을 끝내면 감사를 먼저 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산을 끝내고 보니 키스는 이미 가게를 나선 상태였고. 알바 끝나고 전화를 걸어봐도 받지를 않아서 디노는 오늘 와줘서 고마웠다는 메시지만 보내놓음. 물론 답장은 오지 않았음.

 

알바 마지막 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디노는 아카데미에서 키스를 마주치는 일 없이 출근함. 이날은 키스가 가게에 와주지도 않았음. 다행히 마지막 날엔 디노가 일하는 내내 크게 문제가 될 사건은 없었음. 그렇게 디노는 키스 덕분에 무사히 사흘간의 알바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여전히 찝찝한 마음으로 등교한 키스는 사물함을 열어보고 깜짝 놀람.
사물함에 작은 꽃다발과 편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
사물함에 악의가 담긴 뭔가가 들어있는 경우는 있었어도 깜짝 선물이 들어있는 경우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해서 책을 꺼내는 것도 잊고 가만히 서 있는데 그런 키스의 등 뒤로 디노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옴.

키~스~~!!

디노는 키스에게 선물이 마음에 드느냐며 조심스럽게 물어봄.

?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 산다며.
응! 키스 덕분에 무사히 샀어! 오늘 편지랑 같이 보내드리려고.
이건 뭔데?
이건 키스 거!!
?

키스가 없었으면 알바를 무사히 끝낼 수 없었을 거라며 솔직하게 감사를 전하는 디노. 그러니 키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고 싶어서 어젯밤에 조부모님께 드릴 편지와 키스에게 줄 편지를 따로 쓰고, 평소보다 일찍 나와 키스에게 줄 꽃다발을 골랐다고 한다.

너무 크면 갖고 가기 힘들까봐 작은 걸로 골랐어.

조부모님께 드릴 꽃은 먼 길 가야 하기 때문에 생화가 아니라 비누 꽃이라나 뭐라나. 그런 이야기도 겸사겸사 해주는 디노. 편지는 지금 읽어도 괜찮긴 하지만, 자기가 살짝 부끄러울 수도 있으니 방에서 혼자 봐달라는 얘기를 곁들이고는 교실로 잽싸게 들어가버림.


키스는 꽃다발 밑에 가려져 있던 편지봉투를 집어들었음. 


-고마워 키스-


봉투 겉면에 쓰인 문장이 어째 간질간질하게 느껴지는 키스.
참고로 편지봉투는 디노가 일했던 소품샵에서 파는 귀여운 녹색 봉투였다고 합니다.


편지 내용은 이번에도 역시 상상에 맡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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