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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키스] 오늘의 운세는

알잉뽀 2022. 5. 8. 14:41

 



디노키스 아카데미 시절 날조.

 

별자리 운세를 보는 것에 한때 재미가 들린 17세 알바니. 본인 말하길 운세 같은 거 맹신하는 편은 아니라 재미로 보는 거고 좋은 것만 믿는다고 함. 하지만 이 앱은 유독 적중률이 높은 편이라 종종 놀란다고……. 그런 얘기를 하면서 친구들 운세도 봐주겠다고 함.

그러나 디노의 친구들.
브래드: 데일리 운세 어플 따위 믿지 않음.
키스: 이하 동문.

디노가 은근히 잘 맞는다고 말해봐야 반응이 영 시큰둥함.

“그래도~ 맞을 때가 은근 많다니까? 내가 봐줄게!”

하면서 친구들의 반응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친구들의 별자리까지 살펴보는 디노.

“브래드는 우와! 오늘 시험이나 면접이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래! 행운의 열쇠는 파란색.”
“쟤한테는 늘 있는 일 아니야?”
“누구에게나 들어맞을 확률이 높은 얘기로군.”
“음~ 아무튼! 키스는~ 오늘 재물운이 있는 편이라는데? 행운의 열쇠는 자판기.”
“자판기?”



아침에 그런 얘기를 나누고, 브래드는 그날 있는 시험을 훌륭하게 치러냈으며(사용한 샤프가 우연히 파란색이었다고 한다) 키스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려다가 누군가 꺼내는 걸 깜박한 잔돈을 줍는다. ‘이거 은근히 잘 맞는다니까?’ 하고 기세등등해지는 디노.

이후에도 그 앱으로 체크하는 운세는 빗나가질 않았고, 셋은 매일 아침마다 운세를 체크하게 됨. 물론 키스나 브래드가 먼저 물어보진 않고 여전히 디노가 멋대로 봐주는 거긴 했지만.


그러던 어느 날.


“오늘 키스는 헉! 위험한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해. 하지만 행운의 열쇠가 있으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지도 모른다는데? 행운의 열쇠는 분홍색!”
“흐응~”

흥미 없는 척하지만, 여태껏 운세가 들어맞은 전적이 워낙 화려해서 좀 신경 쓰이는 키스.

“나 분홍색 물건 많은데 좀 빌려줄까? 펜이라거나 공책이라거나.”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디노랑 어째서인지 브래드의 눈치까지 살피는 키스.

“고작 이거 때문에? 됐어.”

일단 분홍색 물건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고 운세 신경 쓰느라 행운의 열쇠니 뭐니 하는 걸 들고 다니기는 더더욱 부끄러움. 자진해서 물건 빌려주겠다는 디노는 그렇다 쳐도 옆에 브래드가 있는데 자존심이 있지.

게다가 별자리 운세라면 아카데미 재학생 중 대략 12분의 1은 키스와 같은 별자리일 게 아닌가. 그러니 자기한테만 대단한 위기가 찾아오진 않을 것이라는 게 키스의 생각. 키스는 끝내 디노의 제안을 거절함.

그러나 키스는 이후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수차례 겪게 됨.
뒷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없어지거나
멀쩡히 앉아있던 의자가 갑자기 부서지거나
운동장을 지나가다가 야구공에 눈을 맞을뻔하거나
일반인이었으면 명중했을 것임. 그나마 히어로 아카데미 재학 중인 만큼 운동신경이 있어서 피한 것.

나 말고 다른 전갈자리는 다 분홍색 물건을 가지고 있나? 아니면 모든 전갈자리가 어디선가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건가? 오늘 신이 전갈자리의 씨를 싹 말려버리려고 하나? 싶을 정도로 위기의 연속. 이제 막 점심시간이 끝났을 뿐인데 남은 하루가 지옥같이 느껴짐.

운세 같은 거 믿지 않지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키스는 머리를 굴림. 이제 와서 분홍색 물건을 빌리는 건 너무 비참하고 쪽팔릴 것 같고…….

아예 분홍 머리인 디노 옆에 티 안 나게 붙어 다니면 행운의 열쇠를 지닌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게다가 되돌아보니 디노와 겹치는 수업 시간이나 함께 점심을 먹을 때는 평온하게 시간이 지나갔었음. 키스의 행운의 열쇠는 디노였던 것이다! 물론 디노가 아닌 다른 분홍색 물건이어도 상관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의지할 것은 디노뿐임.

다행히도 남은 수업은 디노와 겹쳐서 별문제 없어 보였음. 문제는 수업이 끝난 뒤였음. 오늘 하루가 끝나지 않는 이상 방과 후에도 디노와 함께 있을 구실이 필요했음.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 놀자고 하는 것은 당시 하루 지나면 관계성 리셋해버리는 어린 키스에게는 난이도가 있는 일이었다.

그깟 운세 때문에 같이 놀 구실을 만들자니 일부러 분홍색 물건을 빌리는 것만큼 바보 같았음. 키스는 ‘오늘 만약 디노가 먼저 놀자고 해주면 거절하진 않겠음. 그러나 굳이 내가 먼저 놀자고 하지는 않겠음.’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오후 시간을 보냄.

하지만 디노는 그날 따라 피자 먹으러 오라는 소릴 안 함. 평소 같으면 수업 끝나고 자기 방에서 게임을 하잔 얘길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런 권유는 일절 없는 디노. 과제가 있어도 셋이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과제 때문에 바빠서는 아닌 것 같음. 다른 친구들이랑 선약이 있다거나? 이건 있을 법한 얘기였음.

 


셋이 함께 듣는 수업이 끝나고 그제야 자기 방에 놀러 와 같이 과제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제안하는 디노. 디노는 브래드의 '학생회 일로 저녁까지 바쁘다'는 얘기에 키스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렇구나, 하고 일단 대화를 끝냄. 늘 이럴 때는 키스와 둘이서라도 놀겠다는 얘기로 이어지고 키스가 그걸 못 이기는 척 받아주는 패턴이 많았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디노가 깔끔하게 포기하려 들었음.

뭐야, 선약이 있는 것도 아니었잖아. 그럼 뭔데? 하고 그저 평소와 다른 디노의 태도에 의문이 드는 키스.

의문이 남은 채로 마지막 교시 수업이 끝나고 그제야 디노가 키스에게 다시 머뭇머뭇 와서 둘이라도 같이 과제를 해보자고 함. 오늘 정말 왜 이래? 싶긴 하지만 ‘디노가 먼저 놀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겠음.’ 상태였던 키스는 오늘도 못이기는 척 수락해줌.



방과 후



둘은 디노 방에서 얌전히 과제를 함. 오늘따라 디노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집중이 잘…되긴 무슨 오히려 평소랑 다르게 태도가 이상해서 신경 쓰임. 결국 키스가 디노를 살피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봄.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해?”

디노는 이걸 말할까 말까 하는 얼굴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음.

“오늘 운세가
“?”
“좋아하는 사람이랑 단둘이 있으면 말실수 때문에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해서….
“하?”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잠자코 디노의 얘기를 듣고만 있는 키스.

“그래도 역시 근거 없는 운세 때문에 키스랑 둘만 있는 시간을 무서워하는 건 바보 같아서 결국 불러버렸는데 음~ 말을 조심하는 것까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하하하…….”

하고 디노는 머쓱하게 웃는 것이었다.

키스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음.
지금 흐르듯이 고백한 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조심한다고 치면 이런 얘기를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태클이라도 걸고 싶었으나
점점 표정이 굳어가며 빨개지는 디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얼굴이 화끈거려서 말도 안 나오는 키스.

역시 나 지금 말실수했나?”
….
“어떡하지….

그래도 평소에 잘 들어맞는다고 호들갑 떨던 운세에 맞서 키스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택한 디노의 용기는 빛났다고 키스는 남몰래 생각했음.

그 운세 빗나갈 때도 있나 보네.”
“?”
“네 운세….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된다고.”
“!”

확실하진 않지만 반 정도는 긍정적인 대답으로 받아들여도 될 거라고 판단한 디노의 얼굴이 조금은 환하게 폈음.
그리고 키스는 자기 운세를 곱씹음.

 


‘행운의 열쇠가 있으면 위기가 기회로’ 

 


어째서인지 자기 운세는 끝까지 잘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디노에게 이런 얘기는 하지 않기로!

이후 디노는 앱에 적힌 글귀 몇 마디로 고민하고 흔들리는 건 역시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앱을 삭제했다고 한다.
그 뒤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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