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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키스] 불안

알잉뽀 2022. 4. 5. 18:08

 

 

 

키스는 새벽 세 시쯤 누군가가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건물 층수를 생각하면 사람이 두드릴 수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브스턴스를 다룰 줄 아는 이들 중에는 능력으로 공중에 떠오르는 게 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키스도 그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고작 창문 두드리는 소리로 겁에 질리지는 않았다.

 

그저 문득 무언가에 홀린 듯 창문을 열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키스는 졸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비척비척 창가로 걸어가 창을 열었다. 창 너머에는 마치 피터팬처럼 아무런 장치도 없이 공중에 뜬 디노가 한 손을 유쾌하게 흔들면서 키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디노의 등 뒤로 초승달이 미약하게 빛났다. 여린 달빛을 등진 디노의 얼굴은 어두웠지만, 키스는 잘못 알아볼 리 없는 그 얼굴을 눈으로 찬찬히 뜯어보았다. 

 

"오늘 새벽에 같이 게임 해주기로 했잖아!"

"어어……. 그랬나?"

 

디노의 보챔에 키스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정황상 꿈일 테니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키스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디노는 영화도 같이 보기로 했다는 둥 얼마 전에 조부모님이 보내준 사진을 같이 구경하기로 했다는 둥 들뜬 목소리로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왜 약속 안 지켜!"

 

키스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몽롱한 정신에 그런 약속을 했는지를 가만히 곱씹어보았다. 확실히 그런 얘기를 했던 것도 같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나온 영화 같이 보기로 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조부모님한테 편지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사진까지는 같이 보지를 못 했다. 왜 말만 해놓고 못 했지?

 

함께 해주겠다고 강력하게 동의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항상 디노가 그런 제안을 하면 결국 휘말려버려서 같이 해오는 것이 일상이었을 텐데.


사고가 거기까지 미치니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들었다기보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뱉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을 말인데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디노, 네가 죽었으니까."

 

키스가 입을 연 순간, 키스와 함께 놀 생각으로 잔뜩 들떠있던 디노의 큰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고 웃고 있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 말에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디노는 양초처럼 녹아내려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악몽에서 깨어난 키스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홀로 식은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디노가 죽었을 리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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