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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는 왜 뛰고 있어?”

 



   오늘은 좀처럼 의미 모를 일만 잇따르고 있었다. 쪽지에 쓰인 주제도, 갑자기 멈춰버린 시간도, 이 사람이 던지는 질문의 의도도.

   상황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어려웠으나, 키스는 복잡한 생각을 그만두고 이 질문이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달리는 이유라.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디노가 억지로 물건 빌리기 경주에 자신을 내보낸 것이 근원이었다. 지금 달리고 있는 것도 눈앞에 있는 디노를 닮은 인물이 함께 달리자고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즉,



   “디노 때문에.”



   그는 잠시 놀란 얼굴로 멈칫했다가 금방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랬지, 그랬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표정을 보면 역시 이 사람도 디노가 맞기는 한 것 같다고 키스는 남몰래 생각했다.

   “나도 키스 때문에 뛰고 있었고.”

   그는 손에 쥔 야구공을 얼굴 가까이 대고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는 키스가 엉터리로 던져 멀리 굴러간 공을 주우러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했었다.

 



   “역시 서로서로 뛰게 해주고 그러는 거지.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도 하고?”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인생이라는 트랙 위를 계속 달리게 해주는 누군가가 늘 곁에 있다는 말이야.”

   그 누군가에는 물론 키스도 포함되어 있어! 그는 상쾌한 얼굴로 말했다. 키스는 그가 전하려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감회가 깊은 표정만큼은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아냈다.

 

   “혼자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분명 응원을 보내면서 같이 달려주려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그 말을 곱씹어 받아들일 새도 없이, 그는 키스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 수다는 이쯤 해둘까. 우리 둘 다 가야 할 곳이 있잖아.”

 



   그는 점점 속력을 높여 키스와 거리를 두고 앞으로 나아갔다. 작별 인사 겸 손을 흔들어주며. 키스는 그 뒷모습을 보고 불현듯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방향을 틀어 객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곧게.



   “디노!”



   키스의 목소리가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그 부름에 시간이 멈추었던 운동장은 금세 다시 함성으로 채워졌다. 객석 맨 첫째 줄에서 눈을 반짝이며 키스의 이름을 부르던 디노는, 키스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키스!?”



   키스는 디노가 있는 곳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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