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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공 좀 던져줘!”

 

 


   저편에서 키스를 부르며 다가오는 인물은 웃는 얼굴도, 달리는 자세도, 키스를 부르는 목소리마저도 디노와 완벽히 일치했다.

 

 


   “디노?”

 



   키스는 어딘가 형용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들었으나, 그 의문은 그를 가까이 마주하자 금세 풀렸다. 키스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그는 키가 컸다. 키스는 야구공과 디노와 닮은 어른을 번갈아 쳐다보며 혼란스러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아, 모처럼 넷이 모여서 캐치볼 하던 중이었는데. 키스가 엉터리로 던지는 바람에 여기까지 굴러왔네.”

   내가? 넷이라니 누구? 키스는 되물을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키스의 발 밑에 떨어진 공을 태연하게 주워 들었다. 그리고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지러워하는 키스와 눈을 바로 마주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 우선 나랑 같이 좀 뛸까? 그럼 머리가 맑아질 거야.”

   그는 키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운동장에 그려진 경주용 트랙 위를 따라 통통 튀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조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키스가 곧바로 따라오지 않자, 따라오라는 듯이 한 번 눈길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봐야 상황은 변하는 게 없었다.

   키스는 영문도 모른 채로 다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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